거대한 발걸음; 아이라이프를 보내며… Pt. 2

(계속)

이렇듯 애플에게 하드웨어는 그 자체로 기업의 핵심 영역이자 영혼입니다. 허브로서의 맥, ‘아이 + 라이프’를 즐기는 도구로서의 맥이 애플이 추구하는 바였던 것입니다. iTMS, iTunes 등 아이팟을 화려하게 만들어주는 여러 환경이 제공되기에 앞서 아이팟은 그 흰 색과 은빛 뒷모습의 102% 조화로움을 가진 예술 작품 그 자체였습니다.

아래 비디오 클립은 2001년 가을 잡스가 아이팟을 처음 대중에 선 보인 작은 이벤트 모습니다. 배터리에 관해 설명하는 잡스의 눈을 한번 보시죠. 음악을 담는 그릇이 어떠해야 하는지 애플은 철저히 연구하고 또 연구했던 것입니다.



당시 환율이 굉장히 올라서 399불짜리 아이팟이 국내 가격으로 79만원으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엄청난 가격이었지만 중고 매물을 매일 뒤지며 그 우아한 모습을 주머니 속에 간직하고 싶었죠.

2008년 1월, 애플은 맥북 에어를 발표합니다. Air. 공기처럼 가볍다는 뜻도 좋지만 Wireless를 대신하는 말로 쓰임새가 돋보이는 작명입니다. -less는 뭔가 없음을 뜻하는 접미사입니다. 에어에는 뭐가 없을까요. 무게, 배터리 착탈불능, 광드라이브 등등 없는 것 투성입니다. 아래 클립은 세상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은 바로 이렇게 ‘빈 노트북’임을 보여줍니다. 즉 진정 얇고 가벼워지려면 없애는 길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애플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기본 개념에 충실하되 그 빈 곳을 절묘하게 채우는 다른 수단과 개념의 제시 전략을 잘 보여줍니다.



에어에 없는 게 또 있습니다. 바로 하드 디스크 용량입니다. 테라 바이트가 우습게 회자되고 오로지 성능과 용량으로 치닫는 컴퓨터 산업의 흐름에서 ‘역주행’으로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한 맥북 에어는 기실 인터넷 열풍이 막 태동하던 시점에서 제창된 NC 개념의 변주라고 할 만합니다. NC의 핵심은 디스크가 없다는 전제에서 시작된 연결성이었습니다. NC가 너무 시대를 앞서 갔다는 아쉬움을 맥북 에어는 애플과 잡스 특유의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새롭게 개념을 세웁니다. 하드 디스크는 온존하되 용량을 최소화하고 연결성은 극대화 시키되 무선으로 바꾼 것입니다.

따라서 2000년대 초 허브로서의 맥에서 간편한 ‘연결 지점’으로서의 맥으로, 새롭게 애플의 하드웨어 개념을 정립하고자 하는 첫 주자가 바로 맥북 에어이며, 이런 의미에서 NC의 변주라기 보다 새로운 NC 개념을 세웠다고 평가해야 옳을 것입니다.

연결성의 극대화는 아이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분화된 기종 별 오에스 텐 개발팀의 사례에서 보듯 애플은 ‘getting connected’ 환경에 최적화되는 여러 기기를 선 보이고 그에 맞는 오에스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갑니다. 아이팟의 성공을 전화기와 융합하여 새로운 분기점으로 삼아 연결성에 기반한 맥과 휴대기기라는 양 산맥 하드웨어 전략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결의 최종 마침표(당분간이나마)는 바로 오늘 발표된 ‘모블 미’ 서비스입니다. 우선 개인정보, 전자우편, 사진 등을 실시간으로 연결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로 시작하는 모블 미는 구글의 모습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0982197

위 책은 ‘이쪽 편’ 대 ‘저쪽 편’의 관점으로 최근 구글로 대표되는 소위 ‘2.0 시대’에 대한 의미를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마이크로소프트로 대표되는 ‘이쪽 편’과 구글로 대표되는 ‘저쪽 편’이 존재하고 역사는 ‘저 쪽’으로 흘러 갈 것이라는 것입니다. ‘연결’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시장과 우리의 생활을 바꿔 가는지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애플은 어느 쪽일까요. 책에 나오지는 않지만 제조업의 강자라 할 ‘완고한 일본’과 더불어 70년대 출발하여 80년대 만개하고 어려움과 새로운 도약을 한 90년대를 거친 애플도 전통적인 ‘이쪽 편’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애플은, 애플의 하드웨어는 ‘지는 해’로서 서서히 기울 수 밖에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애플은 이미 위에서 살펴 보았듯 어느 샌가 ‘저쪽 편’ 기업으로 방향을 틀었고 애플의 ‘이쪽 편’ 하드웨어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저쪽 편’ 서비스에 맞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 가시적인 출발이 바로 맥북 에어와 아이폰인 것입니다. ‘저쪽 편’의 대명사 구글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어딘가에 엄청난 수의 서버를 돌리고 있습니다. 애플은 눈에 보이는 서버의 모습으로 (백업이라는 개인적인 용도를 내세워) 타임캡슐을 은근히 시작했고 어느 새 무선 연결을 대세로 만들었습니다.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하드웨어로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 지점을 서서히 우리 생활 속에 구축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현재 애플은 디지털 허브와 아이라이프의 도구로서의 맥이 아닌 연결 도구로서의 맥을 만들고 있는 ‘저쪽 편’ 기업입니다. ‘Back to My Mac’으로 외부에서도 집에 있는 내 맥과 서버(타임캡슐)에 접속할 수 있고, 내 정보와 사진 등 디지털 미디어를 언제든 웹과 연결시킬 수 있으며 심지어 20기가에 달하는 홈 폴더를 제공합니다(모블 미).

이제 아이라이프를 보낼 때가 되었습니다. 여자친구에게, 가족에게 소중한 추억을 공유하기 위해 밤 새워 비디오 클립을 편집하기 보다 간편한 휴대 기기로 날 것 그대로의 클립을 유투브에 올려 공유하는 모습이 자연스럽습니다. 수십 기가에 달하는 음악을 하드 디스크에 채워 넣고 셔플 기능으로 원하는 음악을 찾기 보다 그냥 집에서 동기화 연결로 채워진 아이팟 셔플이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음악, 사진, 영상 등 관리가 수반되고 노력이 더해져야 빛을 발하는 ‘My Life with iLife’는 이제 ‘My Life, always connected’로 바뀌어질 것입니다. 원하는 음악은 아이팟/폰으로 바로 구입해 듣고 사진은 그대로 내 홈피에 올려집니다. 편집의 노력은 이제 ‘대중(집단) 지성’의 힘을 빌리거나 좀 더 ‘프로-암’다운 작업에 어울리는 다른 도구로 이뤄질 것입니다. 맥북 에어의 액세서리가 텐서브, 맥 프로, 아이맥이라는 말은 전혀 농담만으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모블 미. 이제는 ‘저쪽 편’에서 건재한 애플의 새 서비스는 ‘활동적인 나’, ‘나를 움직이는 그 무엇’으로 개념을 잡아갈 것입니다. 그 움직임은 여전히 맥을 통해서, 아이폰을 통해서 이뤄집니다. 다만 그 역할을 하게 되는 맥은 허브가 아닌, 삶의 동반자가 아닌, ‘보이지 않는 -less적’ 맥(/아이폰)이 될 것입니다. ‘왼손은 그저 거들 뿐...’처럼 맥은 그저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와 미디어를 전달해 줄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도구의 우아함은 결코 저쪽 편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내 손 안에서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http://albireo.net과 http://doccho.net에 발행됩니다.


Posted by on 07/11 at 01:48 PM

첫 번 글에서 왜 제목이 ‘아이라이프를 보내며...’ 일까 의아해했었는데 이제야 컬럼의 의도를 파악했습니다.  하고 싶었던, 그러나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대신 꺼내주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Posted by forist  on  07/12  at  08:43 AM

언급한 기기 중 1세대 iPOD부터 현재의 Touch, Air, Time Capsule, 혹시나 해서 Mini, iMAC 까지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런 세상 혹은 환경이 되었다는 실감은 나지 않는군요.

OS X 이후의 Apple 제품이 보여주고 있는 성능 상의 문제는 여전히 계륵인 것 같습니다.

현재 나와 있는 환경 중에 설명한 상황에 가장 가깝게 갔다는 것은 이해하겠지만 실제 할 수 있는 일은 PC 플랫폼에 비해 그다지 차이가 난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저는 옛날의 Apple Concept이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지금은 너무 마케팅이 난무하는 것 같아 심정적으로는 아쉬움 있습니다. 예전에는 지극히 폐쇄적인 환경이어도 압도적인 성능과 능력때문에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지만 솔직히 최신 기종에 해당하는 Air로 프리젠테이션 자료 하나를 만드는데도 손에 힘이 너무 많이 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결과물이 만족스럽기 때문에 참긴 하지만요.... 역시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 수는 없나 봅니다. 역설적이게 뜨거운 느낌만 제외하면 Vista에서 Powerpoint를 돌리는 것이 더욱 훌륭한 성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닌가요?

Posted by  on  07/12  at  05:41 PM

졸필인데, 잘 읽어 주셨다니 감사드립니다.

‘피트니스1’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약 1년 여를 하루 8시간 이상 피씨와 살아 봤더니 처음에는 목 마른 이처럼 미치겠더니 구글과 파이어폭스 덕에 그나마 좀 살 것 같더니만 점점 그 개념없이 가벼운 하드웨어와 가벼운 소프트웨어 등의 구동에 익숙해지더군요. 어쩔 때는 되려 맥이 좀 답답하다는 느낌도 들고요.

하지만 맥 사용한 지도 10년이 훌쩍 넘어 버린 지금, 평소 가졌던 맥의 장점과 그 환경에 대해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 버렸고 비록 약간은 다른 생각이 들긴 했지만 평소 가졌던 피씨의 답답함과 무개념성을 상기해 볼 때 제게 약간의 다른 생각이 들었을 뿐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거나 피씨가 엄청 제게 맞는 기기가 된 건 아니라는 결론입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최근의 에어 구입이 잃어버린 맥 사랑을 회복하기 위한 몸부림인가도 싶었습니다만… ㅠㅠ

Posted by  on  07/14  at  02:25 PM

새로운 ilife(이라고해봐야 벌써 6개월 넘은듯 하지만)는 다 좋은데 왜 imovie에 테마 기능이 빠졌는지 의아합니다.
덕분에 예전 imovie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해줬다는데, 프로그램을 두개씩 깔아서 쓰게 한다니 뭔가 애플답지 않습니다. 내부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었나보죠? 어쩌면 소프트웨어 개발사와 트러블이 있었다거나..

Posted by whynot  on  07/24  at  03:1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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